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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민들이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린

법원 판결에 분노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엘 파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에서는 사흘째 수만명의 시민들이 '학대가 아니라 강간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북부 팜플로나에서는 경찰 추산 3만2000~3만5000명이 바스크어로 '누구도 우리

의견을 판결하지 않는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시내를 가로질렀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 팜플로나 법원이 집단 강간을 저지른 20대 남성 5명에게

성폭행 혐의가 아닌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 남성들은 남부 세비야 출신으로 2016년 7월 산 페르민 축제(소몰이 축제) 당시

한 아파트 건물에서 18세 여성을 성폭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들은 성폭행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왓츠앱'을 통해 공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 9년형을 선고했다.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려면 피해자가 폭력·협박을 당했다는

증거가 필요한 현행법 탓이다.

 

법원 판결은 스페인 전국, 각계 각층에서 항의를 일으켰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됐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의 아나 보틴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판결이 "여성 안전의 퇴보"라고 비판했다.

판사 출신으로 마드리드 시장인 마누엘라 카르메나는 "정의에 대한 여성들의 요청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29일 기준 131만명이

서명했다. 북부 바스크 지방 온다리비아의 수도원에 있는 카르멜회 수녀 16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 성명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스페인여성판사협회(AMJE) 소속 판사들이 이번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페인 당국은 강간과 관련한 현행법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의 아드리아나 라스트라 당대표가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 문화의 산물"이라고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