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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공기관 자체 감사보고서 살펴보니
감정원, 2000여만원 회식비 등에 부당 사용


한수원, 장부 만들고 1700여만원 허위 결제
방만경영 적발돼도 직원들 경징계조차 없어


기재부 "경평 페널티 검토"..전문가 "엄벌해야"

 

 

<징계 내용은 감사실이 올해 감사보고서에서 요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

 

공공기관들이 공무에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법카)를 수년간 부당하게 사

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식비 등으로 수천만원을 물쓰듯 쓰고,

식사비를 허위로 결제하고 비밀장부까지 만들어 관리해왔다.

 

일부 공공기관은 방만경영 문제를 적발하고도 경징계조차 내리지 않았다.

 

 

◇감정원·한수원, 법카 ‘부당 사용’

 
이데일리가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공공기관 자체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한국감정원·한국수력원자력·한국국토정보공사가

법인카드 사용 적정성 조사, 그랜드코리아레저가 마케팅활동비 집행 적정성

조사에서 부당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각 공공기관 감사실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여 적발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공공기관 민낯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감정원은 수년간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

3개 지사를 감사한 결과 세 곳 모두 2016년부터 올해까지 공부발급 전용

신용카드를 회식비 등 경비에 2003만7780원(163건)이나 썼다.

감정원 법카 사용지침에 따르면, 이 카드는 토지대장 같은 서류(공부·公簿)를

유료 발급받는 데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써클 운영비, 동아리 활동비,

슬리퍼, 간식비 등에 썼다.

 

한수원 직원들은 법카 사용내역을 허위로 보고했다.

모 부서는 간담회 비용을 청구한 뒤 실제로는 간담회를 하지 않았다.

대신에 뷔페이용권(166만6000원)을 사서 서로 나눠 가졌다.

한수원 법카 관리지침에는 뷔페이용권 등 상품권을 법카로 구매할 수 없다.

발전소 근무 16개 팀은 법카를 쓰지 않았는데도 식당에서 허위로 사전 결제를

하기도 했다. 이후 감사실 모르게 비밀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면서 식사를

할 때마다 감액했다.

제보자가 감사실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번에 덜미가 잡혔다.

 

이번 감사로 발견된 허위 사전 결제액수만 1717만2000원에 달했다.

한수원 감사실은 “인근 사업소에서도 유사하게 식당에 장부를 비치해 운영하고

있는 점을 수차례 목격했다”며 적발되지 않은 다른 직원들도 이렇게 비밀장부를

만들어 법카를 부당하게 쓰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근 사업소에 대한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국토정보공사의 경우에는 클린카드를 사용제한 업종인 주점에서 65만7500원을

썼다. 관련 직원들은 주점에서 쓴 이유에 대해선 ‘날씨경영 인증기업 관련 업무협의’,

‘신규사업 아이디어 논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법카 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직원 2명이 최근 개점한

술집(bar)에서 170만원 가량의 고객용 콤프(마일리지 개념의 쿠폰)를 몰래

쓴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이 이렇게 법카를 부당하게 썼지만, 지난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감정원·국토정보공사는 경징계조차 없었다.

감사결과 통보나 구두경고 등에 그쳤다.

이는 공공기관마다 윤리 규정 관련 처벌 수준이 ‘고무줄 잣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 감사위원회는 공용화장실의 화장지를 무단 반출한 직원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반면 지난달 한국마사회의 특정감사 결과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을 한 간부(1급 을)는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한수원 관계자는 “송년회를 위한 목적으로 뷔페이용권을 구입했기 때문에

사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여서 징계가 없었다”며 “하반기에 인근 사업소 등

법카 관련 전체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 “경평 페널티 검토”..전문가 “엄벌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경영평가를 통해 해당 공공기관에 대한 페널티 부과를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단이 평가를 할 때 감사결과 보고서,

언론에서 제기된 것을 다 스크린 할 것”이라며 “윤리경영, 예산집행 투명성

부문에서 감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48조)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20일까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를 마쳐야 한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사에 적발되면 공공기관장을 엄히 처벌해야

방만경영 문제가 근절된다”며 “보여주기식 공공기관 감사, 주무부처와

산하기관과의 결탁, 일회성 경영평가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시스템을 재정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