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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뭔가를 제공해야 하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칭) 설립을 대가로 병원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교육 당국과 지역구 국회의원 간 합의에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장연) 등은 5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진학교 건립에 따른 서울시교육청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강서을) 간 합의를 규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김 의원,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서진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앞으로 인근 학교 통·폐합 시 해당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제공하는데 협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장애인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호소한 지 1년 만이다.

 

하지만 장애인 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남연 전장연 서울지부장은 이날 "언제까지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뭔가를 제공해야 하나"며 "강서(서진학교)를 봉합하고 나면 설립 예정인 서초구 나래학교, 중랑구 동진학교(가칭)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종술 전장연 대표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아름다운 합의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 합의는 장애인 학부모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며 "앞으로 계속 무릎 꿇는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장연 강서지부 소속 부모인 이은자씨는 "1년 전 어머니들이 생전 처음 갖은 욕설을 들으며 무릎까지 꿇었다"며 "이번 합의 소식은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 아이 키우면서 부모가 죽은 다음에 아이가 어떻게 살지 걱정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특수학교는 희망"이라며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조 교육감이 어떻게 우리의 희망을 짓밟을 수 있나"고 비판했다.

 

이씨는 "똑같은 학교인데 왜 특수학교만 뭔가(대가)를 해줘야 하나"라며 "조 교육감은 자격이 없으니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감정이 북받쳐 발언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장애인 부모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조 교육감은 모든 장애 가족에게 사과하고 합의문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 의원이나 주민 비대위에게는 합의할 수 있으나 우리에게는 모욕이고 교육감에게도 치욕"이라며 "어리석은 거래로 만들어진 합의문으로 장애 가족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니 사과하고 합의문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는데 왜 국회의원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교육청이 특수학교 설립을 서울 강서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 의원에게 '결재' 받는 것인가"라며 "(김 의원 등과의) 합의는 행정적, 법적으로 불필요한 절차"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이후 장애인 부모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조 교육감은 "합의문 발표에 협의가 되지 않은 점 미안하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2~3일 뒤 다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