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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총 682세대 아파트로 아마 준공된 지는 20년은 넘었을 아파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자동문 설치 찬성/반대' 설문을 실시했고, 매년 부결됐다.

 

매년만 되면 그 '아파트 자동문 찬반 설문 투표'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는데, 드디어 2014년 가을에

투표 참여율 저조로 동대표가 직접 세대마다 방문하여 찬성/반대 사인을 받고 다녔고, 그 결과

참여율도 높이고, 찬성도 높여 내 보기에 '별 쓸데없이 돈만 퍼붓는 아파트 자동문' 설치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 기존 한 동당 2명씩 배치된 경비원 아저씨들 대거 해고됐고, 몇 억씩이나 되는 비용을 쏟아부어

아파트 자동문 설치에 들어갔다.

 

이건 '아파트 자동문 설치 찬/반 투표'를 받기 위해 세대마다 직접 방문한 동대표 아줌마와 내가 한 대화다. 

(동대표=동, 나=나)

 

동 : 사인 받으러 왔어요

나 : 네(반대에 체크를 하고 돌아섰다)

동 : 아니 근데 왜 반대해요?

나 : 네? (이거 참여율 때문에 사인만 받는 거 아니었어?) 왜요?

동 : 좋은 건데 왜 반대해요?

나 : 딱히 좋을 거 없어서요

동 : 왜요?. 경비절감 되는데

나 : 무슨 경비요?

동 : 경비원들 줄이면 그거 절감 되잖아요

나 : 내가 알기로 그분들 최저임금 받는 걸로 아는데, 그거 줄여서 도대체 경비가 얼마나 

      절감되는 지 모르겠다. 공고문 보니까 자동문 공사비용 몇 억대던데, 경비원 줄이는

      비용으로는 감당이 안 되며, 도대체 뭐가 이익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당장 급한 게 자동문이 아닌 것 같다.

동 : 집값도 오르고, 편하고 다들 원한다

나 : 다들 누가 원하는가?

동 : 다른 사람들 다.

나 : 그럼 지금 경비아저씨들이 하는 택배 받아주는 거며, 눈 치워주는 거, 동네 청소해 주는 거,

      감 따는 거 등등은 누가 하냐? 사람 다 자르고 나면 인력이 부족할텐데

동 : 그때가서 부족하면 다시 뽑으면 된다

나 :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잘라서 경비 줄인다고 해 놓고 그때 다시 뽑고, 말 나와서 말이지만

      왜 몇 년에 걸쳐 부결된 안건을 자꾸 들고 나오는 건가

동 : 지금 추세고, 젊은 엄마들이 하자고들 한다

나 : 내 주변 젊은 엄마들은 안 그러던데 누가 그러나요?

동 : 다 그런다.

 

나 : 이거 자동문 설치 업체에서 로비 들어와서 그런 거 아니에요?

동 : (화내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리 마라. 나도 이 동대표 시간 나서 하는 거 아니다.

      직장 다니면서 힘들어 죽겠는데도 할 사람 없어서 하는 거다. 정 의심회면 회의에 나와 보고, 

      아니면 그런 소리 하지도 말고, 동대표 직접 그쪽이 하던가 해봐라.

나 : 회의에 참여하고 싶어도 어린 애들 두고 나갈 수 있는 시간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동 : 됐고, 반대죠? 그럼 됐어요. 들어가요(하며 뺑 돌아서 앞집으로 가버렸다)

 

 

아파트 설치 후, 장/단점

단점 :

1. 현관 자동문 때문에 물건을 들고 다니기가 너무도 불편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다수가 불평한다

   (장보거나 무거운 짐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경우, 짐을 내려 놓고 자동키나 비밀번호를 누른 뒤,

    다시 짐을 들고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

2. 비번이나 자동키를 대는 곳에 손이 안 닿는 아이나, 노인분들 경우에 대책이 없다.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수밖에

3. 자동키를 2개밖에 안 줘서 아이들 여럿 있거나, 방문 선생님, 그외 자주 방문 하는 손님들이 있는

    경우에는 비밀번호를 쉽게 해서 알려 주므로 보안에 당연히 구멍이 생긴다.

   (아이들은 친구들한테도 알려주고, 나만해도 자동키가 적고 매일 방문하는 애들 선생님이 계서서

    당연히 비밀번호를 쉽게 해서 오픈했다)

4. 잡상은 출입 및 철저한 보안? 무용지물이다. 다들 출입하는 사람 기다렸다가 들어가고 나가고 있다.

   그냥 문이건 자동문이건 출입 제한 거의 없다. 그냥 몇 억먼 들이부은 거고 경비원아저씨들만 해고한 거다.

5. 특히 지하주차장에는 한 곳만 자동문이 설치됐는데 그곳은 비밀번호도 소용없고 자동키만 해당하는 거라,

    더욱 번거롭기도 하고 다른 쪽 문은 아예 설치가 안 돼 있어서 아무나 주차장 출입 가능하다.

   (차라리, 지하 주차장 바퀴벌레 약 뿌려주고, 담배피고 꽁초 버리는 사람들에게 주의 주는 일이나 해주지)

6. 더 위험하고,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고장이 잦은 엘리베이터 수리는 뒷전으로 미루는 바람에 사람들이

    갇히는 횟수가  늘었다.

7. 엘리베이터 고장이 잦자, 장기수선충당금을 올린다는 공고가 붙었다.

    이보세요들, 그동안 동대표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꼭 돈 쓸일 있으니까, 주민들이 동조 않으니까

    직접 세대마다 다니면서 좋은 쪽으로만 얘기해서 설득하고는 뒷처리는 나몰라라 하고.

    지금 와서 일이 생기니까 주민들 돈 더 걷는다니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다.

8. 경비원을 줄인 덕에 경비 1분당 업무가 몰린 듯해서 엘리베이터 사고 때, 호출에 제대로 응하지도 못했고,

    그 외 다른 업무 역시 제대로 시행되는 지 모르겠다

9. 눈 와서 아파트 앞 지상 주차장과 인도, 이면도로 등이 두껍고 단단한 얼음이 며칠이고 그대로 있어도

    아무도 치우지 않고 차들은 기어 다녀야 했고, 사람들도 무척이나 불안하게 다녀야 했다.

10. 기존 경비원초소는 각 동만다 짜투리 공간을 이용한 1인용 초소여서 딱히 방해가 안 됐었는데,

     그걸 다 4동마다 겨우 1초소씩  총 2초소를 새로 짓느라 안그래도 부족한 4대의 주차공간을 차지해버렸다. 

     게다가 그 넓은 공간에 상시 거주 인력이 1~2분 정도만 근무하시는 듯하다.

 

 

 

 

 

 

 

 

 

 

 

 

 

 

장점 :

1. 경비아저씨들 인건비는 줄였다(동대표와 설치업체의 주장대로). 하지만 지금 인력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조만간 관련 인력을 더 쓰게 되면 그들이 가장 처음에 내세웠던

    인건비 절감은 말 그대로 눈속임일 뿐이다.

 

 

 

엘리베이터 사고

 

며칠 전 밤에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한 손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키?와 장갑을 끼고

있었고, 한 손엔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있기도 했고 후다닥 버리고 올 거라 휴대폰을 안 갖고 갔다.

(하긴 갖고 갔어도 뾰족한 수는 없었겠지만)

 

5층에서 쿠쿵하면서 멈췄다. 처음엔 뭔 일인가 했다.

그러더니 엘리베이터가 가만 있어서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문 열림버튼도 눌러봤는데 전혀 변화가 없다.

그래서 비상 호출 버튼을 눌렀더니, 삐~~~~하는 기계음만 나는 거다. 몇 번을 눌러도 마찬 가지라,

혹시 누구라도 들으라고 "아저씨~, 여기 사람 갇혔어요"를 열심히 외쳤다.

 

감감 무소식

 

삐~~~ 몇 번을 눌러도 비상호출은 제기능을 못했다.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서 문도 두드렸고, cctv에 손도 흔들어봤다. 비상호출 스피커에선 아무 소리도

안 들렸고 삐~~~ 기계음만 났다. 

그러다 내가 "아저씨"를 계속 외치자 밖에서 "연락했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엘리베이터 타러 나왔다가 정지해서 신고한 주민인 것 같다.

 

그래도 엘리베이터 안과 밖의 심리적 상태는 다르다. 한마디로 너무 무서운 거다.

이 아파트에 이사와서 3번이나 갇힌 건데, 이번 처럼 밤에, 그것도 혼자는 처음이고, 비상호출도 안 먹히고

아무 곳에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보니, 이러다 우리 애들 다시는 못 보는 거 아닌가 싶었다.

 

막 액션영화가 생각나서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추락하면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옆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시 비상호출버튼을 눌렀더니 삐~ 소음과 함께 18 18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 지금 나한테 욕하는 거야?" 싶어서 다시 눌렀고 가만 들어봤더니, 사람 소리도 들리고,

의자인지 서랍빼는 소리, 전화벨소리,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경비 아저씨는 분리수거중이었다는 관리소직원말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자리에 누가 있었던 걸까)

 

각동마다 2명씩이던 경비원들 다 자르고 4동에 한 초소(기존 짜투리 공간에 있던 경비원 거주 공간을 허물고

주차공간 2개 차지하고 새로 지은 초소) 내에서 들리는 소리인 듯했다.

 

난 "아저씨, 사람 갇혔다고요"를 외쳤고, 한참을 더 기다렸다

도대체 연락은 했는데 내가 언제쯤 구조될지도 모르겠고,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더니 관리실소속 젊은 남자가 껄렁하게 " 이거 버튼 눌러서 그런것 같은데" 하는 거다

뭔 버튼? 그 버튼이 그렇게 위험하고 중요한 버튼인데 왜 청소년 키 정도면 다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아무 보호장치도 없이 오픈돼 있는 거야?

그리고 나 20분이 넘게 갇혀 있었는데, 나한테 할 말이 그 말이 다야?

 

난 비상호출 스피커에서 들은 18이란 욕과 같은 발음을 추궁하고 싶어서 "저 스피커 어디로 연결된 거에요?"

그랬더니 그 사람 왈 "경비아저씨가 분리수거 때문에 자리 비워서 우물우물..."

 

 

자동문 설치하면서 경비원 다 잘라도 충분하다며,

그 산같이 쌓인 4동 분량의 분리수거 아저씨 혼자서 힘겹게 정리하는 거

괜찮다며,

정 인력 부족하면 그때 다시 더 구하는 뻘짓 한다며!!!!!!

 

자신있게 동대표 아줌마가 설명하던데,

왜, 이렇게 아저씨들 빈자리가 크냐고

 

 

 

 

 

내가 꼭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얼마나 무서우셨어요? 관리 잘못한 우리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를

원한 건 아냐!!!!  그래도 좀더 성의 있는 태도와 설명을 원하는 건 너무 무리한 거야?

마치 '그거 내 잘못 아냐, 니가 재수 없게 걸린 거지',

'게다가 주민 중 누군가가 눌렀을 테니 당신들 책임이지'라는 식은 아니잖아.

매년 관리업체 연장해달라고 사인받을 때와는 태도가 정말 다르구나.

 

: 그런 태도로 일관하니까, 하필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동의서명

  받는 이 때에, 야밤에 혼자 있는 내가 엘레베이터에 갇힌 것도 의심스럽지 않아?

 

아무튼, 이번 기회에 동대표들 도대체 얼마나 받는 지도 궁금했고, 격일이지만 종일 일하시는

경비 아저씨들의 기본급과 비교했을 때 정당한지도 의심스러웠고,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과,

아파트 자동문 설치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동대표들이 '아파트 자동문 설치 찬/반 동의'에 직접 세대마다 방문해서 설득하는데

위법성은 없는지 궁금했다.

참,  동대표 월급 안 받고 무료 봉사하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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